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뷰|기대만큼 재미있을까?
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뷰|기대만큼 재미있을까?
오늘 소개할 책은 얼마 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과 국내에서 모두 화제가 되었던 소설,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입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극찬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대치가 높아졌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뒤를 이을 작가라는 이야기, 하루키도 받지 못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젊은 작가라는 수식어까지 더해지니 더욱 궁금해졌지요.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전문가 평점은 높은데, 막상 직접 보면 그다지 몰입되지 않는 작품이 있지요.
이 책이 저에게는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잘 만든 작품 같고, 문학적으로도 공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읽는 재미 자체는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별로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는 만큼 더 보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안에는 문학적 장치와 명언, 철학적 맥락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데, 제가 그 배경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 보니 가독성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게 왜 중요한가”, “왜 여기서 다들 감탄하는가”를 완전히 따라가지는 못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마치 주변 사람들은 다 웃고 있는데 저만 웃음 포인트를 모른 채 어색하게 따라 웃는 기분이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는 괴테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작품을 먼저 읽고 다시 보면, 또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긴박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강렬한 빌런이 등장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좋아하시는 분들은 구성이 탄탄하고, 지적인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평가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제 감상은 어디까지나 참고 정도로만 보시면 좋겠습니다. 화제의 작품인 만큼 직접 읽고 판단해 보시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1. 모든 것은 한 문장의 출처에서 시작된다
이 소설의 출발점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인 도이치는 아내 아키코, 딸 노리카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탈리안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그곳에서 차를 마시던 중, 티백에 적힌 명언 하나를 보게 되지요. 그런데 그 문장은 괴테의 명언으로 표기되어 있음에도,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도이치에게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집니다.
모든 문장을 외우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한평생 괴테를 연구한 사람이라면 “이건 괴테다운 말이다” 혹은 “왠지 아닌 것 같다” 정도의 감각은 있을 텐데요. 도이치는 그 문장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그 의문이 소설 전체를 끌고 갑니다.
즉 이 작품은 단순히 명언 하나의 출처를 따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문장이 정말 괴테의 말인가를 추적해 가는 과정 속에서 진실과 권위, 해석과 삶의 본질을 함께 묻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개념은 단연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였습니다.
잼적 세계는 모든 것이 하나로 섞여 원래의 형태와 개성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반면 샐러드적 세계는 서로 어우러지되, 각각의 재료가 자기 고유의 식감과 모양을 잃지 않은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샐러드적 세계가 훨씬 이상적인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 말입니다.
소설 속 도이치는 오랫동안 이 개념을 발전시켜 왔고, 주변에서는 그를 “샐러드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는 하나의 질서 안에서도 개별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잼적 세계가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의견과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기보다, 하나의 목소리로 뭉뚱그려지고 녹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비유는 단순한 문학적 장치를 넘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모두가 똑같아지는 세계보다, 서로 다름을 유지한 채 어우러지는 샐러드적 세계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티백에 적힌 문장 자체도 이 두 세계관과 연결되어 읽혔습니다. 딸 노리카의 해석은 조금 더 뒤섞이는 느낌이 강했고, 도이치가 다시 번역한 문장은 혼동되지 않으면서 하나가 되는, 조금 더 샐러드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3.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말이 흔드는 것
이 말은 소설 속 인물인 쓰즈키가 건네는 말입니다. 그는 딸 노리카의 남자친구이기도 한데,
이 인물은 읽는 내내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도이치가 오랫동안 붙들어 온 가치관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정면으로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살짝 비껴 가면서, 그 너머를 보여주는 식이지요.
도이치는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권위 있는 학자입니다. 그런데도 쓰즈키의 말을 함부로 배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곱씹고, 다시 생각하고, 자신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저는 그 점에서 도이치라는 인물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 연구한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을 마주했을 때 쉽게 닫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에서요.
사실 도이치는 샐러드적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말, 출처가 모호한 진술,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권위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쓰즈키의 말은 그런 도이치를 미묘하게 흔듭니다.
“괴테가 모든 것을 말했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무의미한 말로 버리지도 않는 태도. 이게 도이치를 불편하게 만들고 동시에 생각하게 만듭니다. 틀린 말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 맞는 말처럼도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이 소설의 핵심적인 매력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누가 옳고 그르다고 쉽게 결론 내리기보다, 권위와 해석, 진실과 의미 사이의 미묘한 틈을 오래 바라보게 만듭니다.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커다란 사건보다는 하나의 계기에서 시작해, 점점 더 깊은 사유로 독자를 끌고 가는 소설입니다.
긴박한 전개나 극적인 반전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이 작품은 “말의 출처란 무엇인가”, “진실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붙들고 나아갑니다.
특히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라는 은유는 단순히 소설 속 설정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인간관계의 방식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읽는 재미가 아주 크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호불호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를 기대하면 다소 심심할 수 있고, 사유를 기대하면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괴테의 작품을 몇 권 더 읽고 다시 이 책을 만나면, 또 전혀 다른 감상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끝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남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명언 그 자체보다,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우리의 삶 속에 있다는 점입니다.
명언의 출처를 찾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결국 진실과 삶의 의미를 따라가게 되는 소설.